얼바닉이 사랑하는 도시,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여성들.

각각의 도시가 지닌 무드와 활기를 닮아 있는 그들은 어떤 방식으로 얼바닉을 입고 있을까요.

사는 곳, 나이, 취향은 다르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얼바닉의 스타일을 자유롭게 즐기는 여성들로부터 우리는 기분 좋은 영감을 발견하곤 합니다.

다양한 도시의 사람들, 그리고 다양한 감각을 얼바닉을 통해 만나 보세요!

이현아, 서울

공간 구석구석 그녀의 관심사들로 채워진 사무실에서, 이현아는 차분한 컬러가 아름다운 일포드 코듀로이 재킷(Ilford Corduroy Jacket)과 여성스러움이 돋보이는 살롱 벨벳 드레스(Salon Velvet Dress)를 입고 카메라 앞에 섰다.

얼바닉(이하 U): 본인을 소개해 주세요.

이현아(이하 H): 이현아@sophomore16입니다. 비주얼 디렉팅과 스타일링, 인테리어 등 비주얼에 관련된 다양한 일을 하고 있어요.

U: 자신의 스타일을 두 단어로 정의한다면?

H: 아메리칸 & 프렌치. 미국의 실용적인 워크웨어와 프랑스의 우아하고 자유로운 스타일을 추구합니다.

U: ‘나의 클래식’이라 할 만한, 즐겨 입는 패션 아이템들을 소개해 주세요.

H: 주얼리와 벨트. 기본적인 착장에 소재와 컬러 베리에이션을 즐기는데요. 옷이 많아도 손이 가는 기본적인 것만 입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기본을 바탕으로 주얼리나 벨트로 포인트 주는 걸 좋아합니다.

U: 요즘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H: 장 뒤낭(Jean dunand). 그는 아르데코 시대 스위스와 프랑스의 화가이자 인테리어 디자이너에요. 특히 옻칠한 폴딩 스크린이 유명한데, 늘 인터넷에서만 접하던 그의 작품을 최근 파리에 갔을 때 한 갤러리에서 보게 되었어요. 실물로 보면서 정교한 디테일에 정말 놀랐어요. 덕분에 스크랩해 두었던 그의 작품들을 다시 보고 있습니다.

U: 최근에 구입한 아이템은 무엇인가요?

H: Hannibal에서 출판한 요제프 호프만(Josef Hoffmann)의 컬렉션 카탈로그 북. 오스트리아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요제프 호프만의 컬렉션 카탈로그 책이에요. 건축가가 디자인한 오브제나 가구를 좋아해서 컬렉션 북이 보이면 모으는 편입니다.

그리고, 1930년대 화병과 디올의 돋보기 문진이에요. 방브에서 괜찮은 셀러를 만나 좋은 가격에 헤리티지 있는 빈티지 제품들을 구매했어요. 각 물건들의 작가와 시대적 배경 등을 자세히 설명해 주어 기분 좋게 구매했습니다. 알고 보니 그 셀러는 미국의 디자이너 Maryam Nassir Zadeh의 친구였고, 그 날 그가 방브에 가지고 나온 물건 외에도 좋은 물건들을 많이 소장하고 있더라고요. 제가 산 물건들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파리와 떨어져 있어서 그의 숍에는 가지 못했지만, 프랑스를 또 간다면 꼭 들르기로 했어요.

U: 즐겨 착용하는 나만의 애착 액세서리가 있다면?

H: 요즘엔 마지막에 스카프를 꼭 착용해요. 가을과 겨울엔 이만한 액세서리가 없는 것 같아요.

U: 즐겨가는 멋진 장소를 소개해 주세요.

H: 여행으로 예를 들고 싶어요. 각 나라를 여행할 때 자연을 꼭 경험해요. 뼛속까지 도시를 사랑하는 도시인이지만, 자연은 언제나 무한한 영감을 줍니다. 작년 여름엔 스페인의 마요르카를 갔었는데요. 산과 바다에서 승마를 하는데 정말 비현실적인 경험이었어요. 두 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아무런 불안이 없는 상태에서 굉장히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어요.

U: 패션과 스타일에 있어서 눈을 뗄 수 없던 인생 영화는 무엇인가요?

H: 톰 포드 감독의 <싱글 맨(A Single Man)>. 60년대 LA를 배경으로 한 영화인데요. ‘모든 화려한 것들을 표현하는 최우선 요소는 편안함과 단순함이다’라는 그의 패션 철학이 두드러지는 영화였어요. 영화 속 패션 뿐만 아니라 인테리어, 소품에도 배어 나오며 미장센이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콜린 퍼스가 연기한 조지의 집으로 존 로트너(John Lautner)가 캘리포니아 글렌데일에 설계한 Schaffer Residence가 나오는데, 묵직하지만 따뜻한 인테리어가 영화의 전개와도 잘 어우러지더라고요. 통유리를 많이 사용했지만 내추럴한 나무 소재를 베이스로 올리브그린 컬러를 포인트로 줘서 효과적으로 연출된 것 같아요.

이 영화를 거의 10년 전에 봤는데, 해가 많이 지난 지금 더 진가를 느끼고 미적인 영감이 되는 것 같습니다.

U: 최근 주목하고 있는 브랜드나 회사가 있나요?

H: Sera Studio. 작업물이 굉장히 유니크하고 흥미롭더라고요. 터키에서 시작해 파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스튜디오인데요. 천연 원료를 사용하고 장인의 기법으로 구현된 웰메이드 제품들이에요. 요즘 참 빠르게 뜨고 지는 의류 브랜드들이 많은데,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오래 지속될 의류와 물건을 제작한다는 점, 그리고 토착 공예를 바탕으로 한 아름다운 직물이 큰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